
[Intro] (붓 놀리는 소리, 사각사각) [Verse 1] 삿갓 쓰고 죽장 짚고 함경도 밤길을 걷고 걷다 큰 대문 앞에 발을 멈췄네 기와지붕 높다랗고 곳간도 그득한데 문간방엔 밥 한 그릇 내오지를 않네 [Verse 2] 화도 안 내고 원망도 안 하고 김삿갓은 그저 빙그레 웃었을 뿐 붓을 들어 먹을 갈아 정성스레 써 내리니 귀할 귀 자, 아름다울 나 자, 넉 자를 남겼네 [Chorus] 귀나당, 귀나당, 고상한 이름이여 현판 하나 걸어놓고 떠나가는 발걸음 소리 내어 읽어보라, 뒤집어서 읽어보라 그 안에 숨은 뜻이 당나귀였다네 품격 있게 포장한 그 넉 자 속에 날카로운 웃음 하나 숨겨 놓았네 [Verse 3] 주인은 우쭐했지, 대단한 시인이 내 집에 이런 이름 지어주고 갔다며 동네방네 자랑하며 현판을 걸었더니 지나던 나그네가 픽 웃고 지나가네 [Chorus] 귀나당, 귀나당, 고상한 이름이여 현판 하나 걸어놓고 떠나가는 발걸음 소리 내어 읽어보라, 뒤집어서 읽어보라 그 안에 숨은 뜻이 당나귀였다네 품격 있게 포장한 그 넉 자 속에 날카로운 웃음 하나 숨겨 놓았네 [Bridge] 욕 한마디 없이도 부끄럽게 만들고 싸움 한번 없이도 마음을 후볐으니 그것이 김삿갓의 풍류이자 무기였네 붓 끝 하나로 세상을 놀리는 재주 [Verse 4] 지금도 어느 인색한 집 대문 앞엔 보이지 않는 귀나당이 걸려 있을지도 그럴듯한 이름 뒤에 숨은 그 속내를 언젠가는 누군가 읽어내고 웃을 것이니 [Chorus 최종] 귀나당, 귀나당, 고상한 이름이여 방랑시인 붓끝에서 태어난 그 말장난 소리 내어 읽어보라, 뒤집어서 읽어보라 그 안에 숨은 뜻이 당나귀였다네 품격 있게 포장한 넉 자의 풍자가 오늘도 어딘가에서 웃음을 짓게 하네 [Outro] 삿갓 그림자 멀어지고 대문만 남으면 현판 하나가 조용히 걸려 흔들리네 귀나당, 귀나당, 바람에 흔들리며 당나귀 울음소리처럼 웃음이 퍼지네 (붓 소리 잦아들며, 웃음소리로 fade out)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