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눈을 피해 시선을 돌리는 버릇 이천 년을 살아도 고쳐지지 않아 익숙하고도 낯선 그 얼굴 앞에서 오늘도 나는, 아무렇지 않은 척 미워해야 할 껍데기와 지켜야 할 영혼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이성은 벽을 세우라 말하는데 손끝은 자꾸 네 쪽으로 기울어 소매 끝에 숨겨둔 붉은 실 하나 너의 심장이 뛸 때마다 뜨거워져 이천 년을 기다렸다고 말 못 해도 나는 이미, 너를 놓은 적 없어 쏟아지는 비, 젖은 계단 위로 망설임 없이 뛰어드는 나를 봐 다친 곳은 없냐고, 그 말 하나에 숨겨온 시간이 다 무너져 내려 목덜미에 스치는 서늘한 떨림 가라앉혀야 해, 다시 눈을 낮춰 너는 몰라도 돼, 이 마음의 무게 그저 곁에만 있어 줘, 그거면 돼 소매 끝에 숨겨둔 붉은 실 하나 너의 심장이 뛸 때마다 뜨거워져 이천 년을 기다렸다고 말 못 해도 나는 이미, 너를 놓은 적 없어 원수의 얼굴로 태어난 게 죄라면 그 죄, 내가 대신 다 짊어질게 다시 차가워질 거야, 늘 그랬듯이 하지만 이 실만은 놓지 않을게 소매 끝에 숨겨둔 붉은 실 하나 이천 년의 겨울 끝에 널 찾아냈어 말 대신 이 침묵으로 전할게 너는 몰라도, 나는 알아, 나의 전부라는 걸 비가 그치고, 다시 서늘해진 눈으로 돌아서지만 손목 위 실은, 여전히 너를 향해 있어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