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곡소리도 장단이다
곡소리도 장단이다 [Verse 1 — 허스키한 여성 저음 랩, 능청스럽고 여유롭게] 내 팔자 사주 봤더니 글씨부터 한숨 쉬네 용한 양반 세 시간째 내 눈치만 살피네 복은 대체 어디 숨었나, 주소 불러 찾아가게 문전박대 당하더라도 빈손으로 못 돌아가네 내가 웃으면 잔치판, 입 다물면 재판장이야 말 한마디 툭 던지면 고요하던 상이 뒤집혀 성질머린 비단인데 혀끝에는 작두 탔네 정은 무슨 정이냐고, 또 퍼주고 앉았네 [Verse 2 — 빠른 조선힙합 랩, 장구와 베이스가 맞물리며] 내 인생은 종합선물세트, 포장지는 빚 독촉 리본 풀면 인간관계, 밑바닥엔 자존심 남들은 인생 이모작, 나는 오늘도 연장 근무 내 팔자는 무급인데 걱정들은 정규직이네 누가 울면 휴지 주고 누가 화나면 술을 따르고 누가 잘되면 내 일처럼 온 동네에 소문내고 그렇게 다 챙겨놓고 집에 와서 문을 닫으면 아차, 오늘 내 기분은 누구한테 맡겼더라 [Pre-Chorus — 장단이 비틀리고 해금이 날카롭게 운다] 속은 장독, 뚜껑은 꽉 웃음 한 겹, 그 밑은 꽉 괜찮냐는 말 한마디에 대답보다 침묵이 길어 [Chorus — 폭발적인 판소리 창법, 대북과 태평소] 아이고오— 어허야! 속 터지는 소리도 궁이요 따악! 쯧쯧— 허허— 얼씨구! 울음 한 사발에 장단을 말아! 쿵! 덕! 내 팔자에 쉼표는 없다 짝! 쿵! 내 성질머리 장구를 친다 울다 웃다 혀를 차다 판을 벌여라 곡소리도 장단이다— 받아 쳐라! [Call & Response — 리드 보컬과 여성 국악 합창] 리드: 아이고 내 신세야! 합창: 어이구야, 박자 맞네! 리드: 이놈의 세상아! 합창: 얼씨구나, 한판 더 해! 리드: 내 속이 타들어 간다! 합창: 대북을 쳐라, 둥둥둥! 리드: 누가 내 인생을 정하느냐! 합창: 네가 잡아라, 네 장단! [Verse 3 — 낮고 거친 랩, 비트가 절반으로 꺾인다] 사람들은 나를 보고 참 편하게 산다 하네 내가 웃는 장면만 잘라 인생평론 해대네 내 속사정 공개하면 관객들 다 조용할걸 그러니 입장료는 됐고, 막걸리나 한잔 내놔 좋은 사람 콤플렉스, 그거 꽤나 비싼 취미 싫은 소리 못 한 대가, 혼자 치르는 뒤풀이 이제부터 내 친절은 무한 리필 아니야 정은 주되 문은 잠가, 내 마음도 가게야 [Bridge — 반주가 사라지고, 허스키한 독창에서 처절한 국악 창법으로 상승] 나도 한때는 누군가의 첫 번째 전화이고 싶었다 다들 무너질 때 찾는 마지막 의자 말고 내가 아무 말 안 해도 먼저 와서 앉아주는 사람 내가 웃기지 않아도 그냥 내 곁에 남는 사람 아, 그게 그리 어려운 일이더냐 [Final Chorus — 거친 여성 보컬, 국악 합창과 현대 힙합 비트가 격돌] 아이고오— 어허야! 금 간 마음 두드리면 소리부터 달라! 쿵! 덕! 묵은 한을 장단에 말아 내가 삼킨 세월까지 북소리로 토해놔! 곡소리도 장단이다, 얼씨구나! 내가 웃는다고 내 속까지 잔치냐? 내가 우는 그 순간도 내 무대의 한 대목 장단은 내가 잡는다— 비켜라, 내 차례다! [Outro — 장구 세 박, 정적, 낮은 허스키 독백] 내 팔자? 고칠 생각 없어. 대신… 박자를 좀 바꿔야겠어. [마지막 한 박 — 대북]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