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막차 시간은 이미 20분 전에 지났고 가로등 아래 젖은 네 운동화 끝만 내려다봐 투명한 플라스틱 우산 하나에 어깨를 맞대면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하나도 춥지 않아 문 닫힌 동네 슈퍼 앞 온장고에서 꺼낸 캔커피가 식어갈 때쯤 네가 무심코 내 젖은 머리카락을 넘겨줬지 조금씩 느려지는 네 걸음 맞닿은 어깨 너머로 들리는 숨소리 가지마. 숨길 수 없어, 이 골목길 끝까지! 중력이 전부 네 쪽으로 쏟아지잖아 택시를 잡자는 말, 넌 끝내 안 하고 나도 먼저 갈 생각 없지만 단 일분도 널 두고 가기 싫어 오늘은, 내일도! 아아— 아— 비에 젖은 네 소매 끝마저 아아— 아— 전부 기억해 두고 싶어. 식어버린 캔커피를 쥔 손이 떨려와도 우린 같은 보폭으로 웅덩이를 피해 가잖아 아무 대단한 약속도 없는 밤인데 왜 전부 내어주고 싶어질까 숨길 수 없어, 이 골목길 끝까지! 중력이 전부 네 쪽으로 쏟아지잖아 택시를 잡자는 말, 넌 끝내 안 하고 나도 먼저 갈 생각 없지만 단 일분도 널 두고 가기 싫어 오늘은, 내일도! 비가 그쳐가네… 우산은 아직, 접지 말자.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