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붉은거미 손택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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V6

[Verse 1] 할아버지는 붉은 거미가 천장에서 내려온다 하셨다 흰 머리칼 같은 거미줄이 방 안을 가득 메운다 하셨다 아무도 치워주지 않는다고 어린 내 손목을 꼭 잡으셨다 나비 날개처럼 떨리던 숨 마른 손가락이 창을 가리켰다 [Verse 2]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먼지 낀 작은 창문 너머 짱짱한 가을 햇살 하나 하얗게 쏟아지고 있었을 뿐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아무것도 믿지 못한 채 그저 할아버지의 마른 손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[Chorus] 이제야 보인다 할아버지가 보았던 것 사방에 거미줄을 치며 천천히 내려오는 시간 누구도 벗어날 수 없고 누구도 대신 걷어줄 수 없는 그 붉은 줄에 걸린 채 우리 모두 살아가고 있었구나 [Verse 3] 스무 해도 더 지나 아픈 몸으로 돌아온 시골집 당신이 누웠던 그 자리에 나도 가만히 누워본다 먼지 낀 창문 너머로 태양이 거미줄을 친다 빛에 돌돌 말려가는 몸 이제 나도 그 소리를 듣는다 [Bridge] 할아버지 그때 내가 알았더라면 당신의 창문에 때 묻은 커튼이라도 달아드릴걸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척 허공에 손이라도 내저으며 괜찮아요, 이제 없어요 한 번쯤 말해드릴걸 [Outro] 나는 너무 늦게 붉은 거미를 보았다 당신이 두려워한 것이 거미가 아니었다는 것도 너무 늦게 알았다 할아버지 그날 그 방에서 나는 당신의 손을 조금 더 오래 잡았어야 했다 [end]