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문간에 벗어둔 신발 한 켤레처럼 저녁은 아직도 너를 기다리고 창가에 앉은 달빛 한 줄기 너의 빈자리 찾아 서성이네 계절은 몇 번이나 옷을 갈아입고 시계는 아무 일 없단 듯 가는데 내 방의 밤은 그날에 머물러 아들 이름만 품고 있네 네가 남기고 간 것은 잔고도 아니고 체취남음 집도 아니더라 새벽마다 젖어드는 베개 한쪽과 다 부르지 못한 노래 몇 소절 네가 남기고 간 것은 가슴 한켠에 타다 남은 등불 하나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아 긴 밤마다 별빛처럼 아프구나 서랍 깊은 곳에 접힌 웃음 하나 사진 속 계절은 아직 젊은데 뜰 앞에 핀 꽃은 해마다 오는데 아들 너의 봄은 돌아오지 않네 먼 길 떠난 철새 한 마리처럼 하늘은 아무 말 없이 푸르기만 하고 늦은 저녁 차 한 잔 식어갈 때면 빈 잔에 네 그림자만 내려앉네 네가 남기고 간 것은 채우고도 남을 세상의 재물이 아니라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해지는 따뜻한 목소리 한 줄기 네가 남기고 간 것은 가슴에 박힌 작은 별 하나 닿을 수 없어 더 밝게 빛나 오늘도 하늘 끝에 머물러 있네 혹여 바람이 너를 스쳐 간다면 이 늦은 계절의 마음도 데려가 주렴 말 못 한 인사 하나가 저 달 끝에 걸려 있으니 네가 남기고 간 것은 한 아비의 긴 겨울과 언젠가 다시 피어날 봄을 기다리는 마르지 않는 그리움이더라… 마르지 않는 사람이더라…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