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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면 위에 뜬 달

웃는 낯 뒤에 감춘 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묻지 않기에 편히 살았소 소맷자락 안쪽에 새긴 그 흉터처럼 아무도 모르게, 아무도 모르게 그 이름 석 자에 손끝이 하얗게 질려도 한숨 한 번으로 갈무리하는 법을 배웠소 가문도, 이름도 다 잃은 밤 이후로 나는 오직 거문고로만 울었소 달빛 아래 홀로 타는 이 가락이 내 대신 울어주는 유일한 목소리요 가면 위에 뜬 달, 차갑고 고요하나 그 안엔 다 타버린 마음 하나 있소 그대의 다정함이 독인 줄 알면서도 어찌하여 자꾸만 손을 내미는 것이오 칼로 쓰려 했던 그 손을 잡을 때마다 낯선 떨림 하나, 낯선 떨림 하나 계산된 눈물이 진심으로 물드는 밤 나조차 나를 알 수 없게 되어가오 복수만이 나를 살게 했던 지난 세월에 그대라는 균열이 스며드오 달빛 아래 홀로 타는 이 가락이 내 대신 울어주는 유일한 목소리요 가면 위에 뜬 달, 차갑고 고요하나 그 안엔 다 타버린 마음 하나 있소 언젠가 이 거짓을 다 걷어내고 내 진짜 이름을 그대 앞에 놓을 수 있다면 그때도 그대는 내 손을 잡아줄는지 차마 묻지 못하고 줄만 고르오 달빛 아래 이 가락, 이제는 진심이오 숨긴 죄와 숨긴 정, 모두 다 이 안에 있소 가면 위에 뜬 달이 저물어가는 밤 그대에게만은, 다 보여주고 싶소 거문고 줄이 끊어지듯 언젠가는 나도, 이 가면을 놓겠지요