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싫어하는 척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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V6

또 왔네요, 재무팀장님 오늘은 무슨 지적을 하시려고? 커피도 식기 전에 기분부터 망치시네 회의실 문을 열면 제일 먼저 보이는 얼굴 언제나 무표정하게 내 숫자부터 확인하지 다들 잘했다고 하는데 당신만 꼭 하나를 찾아내 틀린 건 없는데도 괜히 내가 진 것 같은 기분 참 이상하지 당신 칭찬 하나쯤 필요한 사람도 아닌데 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 괜히 신경 쓰이니까 아니 착각은 하지 말고 그냥 거슬리는 거예요 싫어하는 척 나도 참 오래 했네요 당신만 보면 왜 자꾸 말이 더 날카로워지는지 이기고 싶은 건지 보고 싶은 건지 나도 이제 구분이 잘 안 돼 그러니까 웃지 마요 내가 진 것 같잖아 점심시간 엘리베이터 하필 또 둘만 남았네요 몇 층이냐고 묻는 말도 왜 그렇게 차갑게 해요? 당신은 늘 그래 내가 웃으면 못마땅한 얼굴 다른 사람에게 웃으면 더 못마땅한 얼굴 설마 질투라도 하는 건가요? …농담이에요 표정 풀어요 그런데 재밌네요 당신이 불편해할수록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어져 이 정도면 나도 꽤 성격 나쁘죠? 싫어하는 척 당신도 참 오래 하네요 내가 누굴 만나든 관심 없다면서 왜 내 자리 앞을 하루에 몇 번씩 지나가요 업무 때문이라고요? 그 핑계 이제 좀 지겨운데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요 모두가 나를 좋아하는데 당신만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자꾸 보고 자꾸 신경 쓰고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당신 없는 회의는 심심하고 당신 없는 야근은 너무 조용하고 당신에게 인정받는 게 제일 중요해졌어요 참 자존심 상하게 싫어한다고 계속 말해도 되겠죠 당신도 똑같은 얼굴로 나를 싫어해주면 돼요 그러다 가끔 둘만 남았을 때 조금만 더 가까이 와요 다른 사람에겐 절대 안 보여주는 표정 나한테만 보여줘요 그리고 내일도 또 싸우러 와요 재무팀장님 당신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겠어요 …적어도 내 하루는 좀 재미없어지니까 그러니까 늦지 마요 점심시간 얼마 안 남았거든요