불이 꺼진 신호등 앞 아무도 서두르지 않는 밤 멈춰 있는 건 나뿐인데 이상하게 불안하진 않아 사람들은 묻지 왜 굳이 지금이냐고 하지만 timing은 늘 설명보다 감각에 가까워 주머니 속 손은 차갑고 생각은 너무 많아 그래서 더 확실해져 지금 아니면 아니란 걸 잠깐의 침묵 그 사이로 결정 하나가 떨어져 I don’t need a reason 이미 움직이고 있어 확신은 항상 한 박자 늦게 와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끝난 대화처럼 한 걸음, 그리고 또 한 걸음 속도는 의미가 없어 뒤를 돌아보는 대신 바닥을 느껴 I move, that’s all 거창한 이름은 필요 없어 선택은 늘 이렇게 조용했어 다음 장면엔 누가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 프레임엔 내가 빠지진 않아 숨이 조금 가빠도 멈춘 건 아니야 망설임은 지나가는 표정 같은 것 I don’t need a reason 설명은 나중에 해 지금은 그냥 움직이면 돼 불이 바뀌는 순간 사람들이 걷기 시작해 그제야 알겠지 난 이미 건너고 있었다는 걸 소음 속에서도 발소리는 또렷해 의심은 뒤에 남기고 선은 넘지 않아 마지막에 남는 게 답이 아닐 수도 있어 그래도 이 장면만큼은 지우지 못해 I move, that’s all 틀리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멈추지 않기 위해 선택했을 뿐 그리고 내일 누군가 묻는다면 그땐 이렇게 말할 거야 아무 이유도 없었고 그래서 확실했어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