해가 지면 습관처럼 촛불 하나 켠다 조용한 주방엔 저녁 냄새가 번지고 오래된 레시피처럼 가슴에 남아 있는 너의 웃음 한 조각 다시 꺼내 본다 한때는 네가 좋아해 만들던 음식 오늘은 나 혼자 천천히 그 맛을 익힌다 냄비 위로 피어나는 하얀 김 사이로 다녀간 계절처럼 네 얼굴이 흐른다 나는 요리가 좋아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보고픔을 달래기위해 밥을 짓는 사람 정성을 한 줌 넣고 그리움을 천천히 저으면 빈 식탁에도 네 온기가 번져온다 말없이 비워 둔 자리 하나 오늘도 그대로 남겨 둔 채 한 접시의 추억과 한 잔의 달빛으로 너와 다시 저녁을 먹는다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계절을 바꾸는데 내 안의 시간은 아직 그날에 머문다 네가 웃으며 건네던 "맛있다" 한마디가 아직도 내 하루를 살아가게 한다 가끔은 창문 너머 별 하나 바라보며 혹시 네가 그 빛으로 다녀간 건 아닐까 익어가는 음식처럼 깊어지는 그리움에 오늘도 나는 조용히 불을 낮춘다 나는 요리가 좋아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닿지 못한 마음을 한 끼에 담는 사람 눈물 몇 방울도 양념처럼 스며들면 추억은 더 따뜻한 향기로 남는다 말없이 비워 둔 자리 하나 그곳엔 아직 네 웃음이 앉아 있고 나는 식어가는 밤을 데우듯 너를 그리워하며 또 한 끼를 만든다 언젠가 다시 같은 식탁에 마주 앉는 날 아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 같다 그저 네가 좋아하던 음식 한 접시 내밀며 늦은 저녁처럼 오래 너를 바라보겠지 오늘도 작은 촛불 하나 켜 둔다 혹시라도 네가 길을 잃지 않도록 추억을 요리하고 그리움을 익히며 남겨진 사랑을 천천히 데운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식탁 끝에서 힘없는 노년의 아비가 된다.